보도자료
돌봄의 가치를 세우자(제민일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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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2/03/31 (00:00) | 조회수 610 |
양시연 제주특별자치도사회서비스원 원장·비상임 논설위원
오래전에 들었던 이야기다. 우스갯소리지만 "기상청 체육대회 날은 비가 온다."라고 한다. 최첨단 장비와 최고급 인력을 갖춘 기관에서 날씨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여 자신들도 낭패를 본다는 의미일 것이다. 때로는 일기 예보가 빗나가기도 하지만, 당일은 물론 주간, 월간, 년간 예보에 귀를 기울인다.
우리의 미래는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숫자의 흐름을 들여다보면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드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이미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에 접어들어 머지않아 인구 절벽이 온다는 어두운 이야기도 나온다.
정부에서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신중년으로 들어서는 2000년대 초반, 대통령 직속으로 저출산 노령 사회위원회('03년)를 설치하여 범부처가 인구변화 대응에 힘을 모으고 있으며, 신중년들의 노후준비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법(2005년)·노인장기요양보험법(2008년)·노후준비 지원법(2015년) 등을 제정·시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제주는 어떠한가? 2020년도 말 통계에 따르면, 총인구는 697,578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0.1% 증가했고,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년도에 비해 5.7% 증가한 106,533명으로 전체 인구의 15.3%, 1인 가구는 8만 2천 가구로 전체 가구의 31.1%를 차지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산인구는 줄고 전통적 가구 개념은 사라지고 돌봄 문제가 개인이나 가족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로 인식해야 할 때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쯤에서 우리 사회에서 바라보는 돌봄 종사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돌봄 종사자 중 가장 많이 필요한 인력이 요양보호사이며, 인터넷 등 각종 매체에서는 고령화 사회에서 가장 각광받는 자격증을 <요양보호자 자격증>이라고 소개한다. 과연 그럴까.
제주도내 요양보호사 자격증 소유자는 2만여 명(2021년 말 기준)이며 이 중, 4천여 명이 현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요양기관에서는 요양보호사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자격증 소지자 중 20%만이 현업에 종사하는 이유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일하고 싶은 분들에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줌으로써 부족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시급한 과제 중 하나이다. 제도적 해결 과제는 정부(지방정부)에 맡겨두고, 차제에 사회 구성원들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없을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돌봄은 가정 내에서 해결하고, 가정 내에서도 여성들의 몫, 특히 어머니들의 몫이었다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특별한 능력이 없어도 가능한 일, 시간이 남는 사람이 하는 일로 치부되어 돌봄 노동 자체를 평가 절하하고 돌봄 종사자를 하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때다. 돌봄 종사자가 있기에 가정·사회·기업이 생산 활동 참여가 가능하고, 새로운 가치 창출의 기회가 주어짐을 인정해야 한다.
돌봄 노동의 가치는 전 산업의 원동력이며 공동체를 유지하게 하는 필수 노동이다. 정부에서는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향상과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최근 사회서비스원법을 제정·시행하고 있어, 앞으로 돌봄을 포함한 사회서비스에 대한 긍정적 변화가 기대된다. 이 글을 쓰는 내내 20살 청년이 치매에 걸린 40대 아빠를 9년간 돌보면서 겪는 이야기, 「아빠의 아빠가 됐다」는 책 중에서 "나는 효자가 아니라 시민이다."라는 청년의 절규가 귀에 쟁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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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제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