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이면 지구의 60세 이상 인구가 젊은 세대 인구를 능가할 것이란 통계가 있다. 지구, 대한민국, 그리고 제주의 노인 인구를 가리키는 그래프는 오늘도 꾸준히 우상향 중이다.

이런 인구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자 사회적 약자인 노인에 대한 보호와 노인 학대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2006년 세계노인학대방지망(INPEA)은 유엔(UN) 및 세계보건기구(WHO)와 함께 매년 6월 15일을 ‘세계 노인 학대 인식의 날’로 지정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 12월 노인복지법을 개정해 노인 학대 예방 및 조기 발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노인 인권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2017년 ‘노인 학대 예방의 날‘을 지정했다.

하지만 ‘노인 학대 예방의 날’ 지정이 무색하게 노인 학대 피해 사례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2020년 노인 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노인 학대 신고 접수 건수는 1만6973건으로 2019년 대비 5.6% 증가했다.

재학대는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 접수돼 종결됐던 사례 중 다시 학대가 발생해 신고된 사례를 의미하는데 재학대 건수도 2016년 249건, 2017년 359건, 2018년 488건, 2019년 500건, 2020년 614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전체 학대행위자 6698건에 대한 학대피해노인과의 관계를 살펴보면 아들, 배우자, 며느리, 딸, 사위, 손자녀 순으로 학대피해자 5380명(80.3%)은 친족으로부터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구가 최근 20년간 13만명 넘게 늘었지만 20세 미만 인구는 감소하고, 65세 이상 인구는 갑절 이상 증가하는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인 제주도의 노인 인구 1000명당 노인 학대 신고 접수율은 전국 평균 2.0명보다 약 3배 높은 5.6명으로 ‘2020년 노인 학대 현황 보고서’에 보고되고 있다. 이는 노인 인구가 증가하는 제주 미래에 노인 학대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22년 5월 기준 제주 고령 인구는 11만2573명으로 전체 인구의 16.6% 차지한다. 이제 향후 3~4년 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로 들어갈 것으로 예측되는 지금 증가하는 노인 인구에 따른 제주의 노인 학대 문제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초고령 사회란 단순히 노인이 많은 사회가 아닌 세대 차이가 큰 여러 세대가 한 사회, 그리고 한 시대 속에서 부딪히며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초고령 사회가 되면 마트 판매원이 응대하는 고객, 약국 약사가 만나는 고객, 그리고 버스기사가 태우는 승객 5명 중 1명 이상이 노인일 것이다.

따라서 초고령 사회는 남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바로 자기 자신의 일이며, “노인이 너무 많아 문제”라거나 “노인들이 문제”라며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초고령 사회를 목전에 둔 지금이야말로 모든 세대가 서로 이마를 맞대 사이좋게 공존하면서 지속가능한 초고령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효과적인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또한 초고령 사회를 준비하면서 단순히 노인의 복지·돌봄 등 삶에 대한 고민과 출산율 제고를 위한 노력뿐 아니라 세대가 함께 더불어 살기 위한 세대 공존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특히 노인 인구가 증가하는 만큼 노인 인권 및 학대 예방에 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 노인 인권에 더 관심을 갖고 노인 학대 예방을 위한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가족윤리 회복과 노인 학대를 타인의 일이 아닌 내 일로 인지하고 이를 선제적으로 예방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캠페인을 벌일 필요가 있다.

또한 노인 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도 시급하다. 아동 학대와 달리 노인 학대 문제는 성인의 자기결정권과 맞물려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조사나 처벌 등을 지원할 수 없다. 피해자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

노인 돌봄을 가족 책임이 아닌 사회적 책임으로 인지해 이를 실행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 및 양질의 돌봄 서비스 제공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

노인보호정책의 공공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인 학대 예방 인프라를 강화하는 노력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필요하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지역의 노인 보호를 위한 종사자의 전문성 제고 및 업무의 질 강화를 위해 전문 인력 확충, 고용 보장, 인건비 지원, 등 노인보호전문기관 근로환경 및 서비스 제공력 개선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는 시간이 지나면 노인이 된다. 지금의 노인 학대가 근절되지 않으면 노인 학대 문제는 어느 순간 나 자신의 일, 그리고 젊은 세대가 겪게 될 미래의 모습일 것이다.

6월 15일 ‘노인 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노인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사원문

http://www.jejuilbo.net/news/articleView.html?idxno=185303